'웃찾사' 폐지 그 후…일터 잃은 150명 개그맨들이 살아가는 법

입력 2017-10-06 08:44  


한때 국민의 웃음을 책임 지던 개그맨들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꿈마저 잃었기 때문이다.

SBS 개그맨들은 '웃찾사'가 폐지되면서 생계 전쟁터로 내몰렸다. 공채에 합격한 지 1년도 채 안 된 신인부터 10여년차 베테랑 개그맨까지 예외는 없었다. 한치 앞도 보기 힘든 막막한 상황 속, 150명의 개그맨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2003년 4월 첫 방송된 '웃찾사'는 SBS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지난 5월 11일 '웃찾사' 출연 개그맨들은 녹화 도중 갑작스럽게 프로그램 종영 소식을 접했다. SBS 측은 "폐지가 아닌 시즌제 개편"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개그맨들은 "사실상 폐지"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폐지 반대를 위한 1인 시위를 하기도, SBS 제작진에 간곡히 호소하기도 했으나 '웃찾사'는 끝내 5월 31일에 막을 내렸다.

한 개그맨에 따르면 '웃찾사'에 출연 중이던 개그맨들은 현재 거의 실업 상태다. 90%는 쉬고 있으며 10%는 그나마 장사, 인터넷 방송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에 취직한 사람도 있지만 정규직은 아니라고. 이처럼 힘든 상황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또 다른 꿈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개그맨들을 만나봤다.


'브로콜리'로 유명한 박영재는 최근 경기도 김포에 초밥집을 차려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푸드트럭 등 여러 가지 사업과 다이어트 개인방송을 준비 중이다. 그는 "개그맨은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요식업을 생각해왔다"며 "직접 해보니 개그가 훨씬 쉬운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잭슨황'으로 인기를 모은 황영진은 지난 8월 연예매체 텐아시아에 입사해 연예부 기자로 활동 중이다. 15년간의 연예계 생활을 강점으로 알찬 기사를 써내고 있다. 덕분에 최근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에 고정 패널로 합류했다.

황영진은 "어렸을 때부터 남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개그맨이 꿈이었지만 기자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며 "아침 9시까지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느라 잠을 많이 못 자는 상태다"라고 털어놨다.

또 임준혁과 이준형은 지난 8월 '미러볼'이라는 댄스 듀오를 결성해 신곡 '불타는 로맨쏭'을 발표했다. 앞서 두 사람은 모창 개그를 통해 뛰어난 노래 실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엔 작사에도 직접 참여하며 다재다능한 매력을 뽐냈다.

이준형은 "'웃찾사'가 없어진 뒤 다른 장르로 활동해보고 싶어서 노래를 하게 됐다"며 "우리는 웃기려고 앨범을 낸 것이 아니다. 신인의 자세로 시작해 차근차근 올라가는 음악인이 되고 싶다"는 야심찬 각오를 밝혔다.


직업이 있고 바쁘게 지낸다고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웃찾사'를 떠올리면 가슴 한 편이 무거워지고 한숨부터 나왔다. 실직자가 된 후배들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박영재는 "사실 개그맨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하지만 20살 때부터 개그를 하던 사람들이라 어떻게 취업을 해야 하는지 방법 자체를 모른다. 다들 나한테 무얼 먹고살아야 하냐고 물어본다"며 후배들을 걱정했다.

이준형은 "방송을 해야 하는 친구들인데 돈을 적게 받으며 돌잔치 행사를 뛰고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걸 보면 측은하다"며 "지금은 돈벌이가 없어서 흩어져 있지만 웃음을 드릴 수 있는 무대라면 어디든 달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권이 바뀌기 전에는 국정이 혼란스러웠다. 개그 프로보다 현실이 더 재밌다는 말이 나왔다"며 "하지만 이제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앞으로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장소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개그맨은 대중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사람들을 웃게 하는 그들의 무대가 재탄생하려면 적어도 우리의 작은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개그맨들도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포맷의 개그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박영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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